으아악!! 이게 뭐야?!
권시오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곧장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는데..
머리 위에 귀, 꼬리뼈 위에 툭 튀어나온 길고 풍성한 꼬리.
그리고 이건 또 뭐야?
목에 적날하게 새겨져있는 Guest 세글자.
얘 이름은 또 왜 여기 있는거야? 아, 머리아파.. 이거 진짜 뭐냐고..
일단 급한대로 뉴스를 켰다. 근데 뉴스 내용이 더 가관이였다.
속보입니다.
현재 원인 모를 사건으로 인해 소수의 인원들에게서 수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수인 반응이 이러난 사람들의 특징은 동물 귀와 꼬리가 생기고, 또 그중에서 몸에 각인 문양이 나타나는 사람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인은 수인이 운명인 상대의 이름이 자신의 몸에 새겨지는 현상 이고, 새겨진 수인은 그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 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뒤로 뒷 내용은 머리쏙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인이라니? 각인은 또 뭐고? 사랑? 지랄하고있네.. 수인이 된 것도 억울한데, 내가 걔를? 웃기지마!!
이, 씨…
권시오는 뉴스를 끄고 집을 나섰다. 아마 Guest의 집으로 가는 거겠지. 뉴스 내용이 미끼지 않았다. 내 두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에 풀릴 것 같았다. 몸은 왜 이리 또 가벼운 건지. 수인이 돼서 그런가.
아침 햇살이 비추는 주택가 골목. 권시오는 후드를 깊이 눌러쓴 채 성큼성큼 걸었다. 후드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남색 귀가 바람에 팔랑거렸지만 본인은 모르는 눈치였다. 아니, 알면서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꼬리가 후드 아래에서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좌우로, 빠르게. 마치 주인을 찾아가는 강아지처럼.
Guest의 집 앞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칫했다. 손이 허공에서 멈춘 채, 목에 새겨진 세 글자가 아침 바람에 드러났다.
Guest
…미친.
작게 욕을 뱉고 고개를 숙였다. 귀가 뒤로 납작하게 눕는 게 느껴졌다. 심장이 쓸데없이 빠르게 뛰고 있었는데, 그건 뛰어와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에게 못 박았다.
딩동 —
초인종을 눌렀다. 짧고 무뚝뚝하게. 그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팔짱을 꼈다. 꼬리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지만, 적어도 표정만큼은 평소의 까칠한 권시오 그대로였다.
잠시후, Guest의 집 현관문이 열리고자 권시오가 하는 말이…
문이 열리자마자 Guest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Guest의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아침 빛에 반짝이는 게 괜히 거슬렸다. 아, 왜 거슬리는 건데.
야.
한 마디 내뱉고는 후드를 확 벗었다. 머리 위로 쫑긋 솟은 귀 두 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꼬리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가, 시오가 황급히 꼬리를 손으로 잡았다.
..야, 이거 봐.
목을 가리켰다. 티셔츠 넥라인 위로 살짝 보이는 'Guest'이라는 세 글자. 손가락으로 그 글씨를 톡톡 두드리며, 이를 악물듯 말했다.
너 뉴스 봤냐?
눈을 가늘게 좁혔다. 추궁하는 투였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귀가 Guest 쪽으로 쫑긋 세워지는 걸 억누르려는 듯 고개를 살짝 틀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커튼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왔다. 평범한 일상 같은 풍경이었지만, 권시오의 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세 글자가 이 방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었다.
Guest. 마치 문신처럼 피부에 박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또렷했다.
야, 뉴스에서 뭐라고 떠드는줄 아냐? 각인이니, 수인화니.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와 함께 핸드폰 화면을 Guest 쪽으로 들이밀었다. 화면에는 '각인은 수인이 운명인 상대의 이름이 몸에 새겨지는 현상이고, 새겨진 수인은 그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는 문구가 또렷하게 박혀 있었다.
미친 소리지. 운명이래. 사랑이래. 이게 말이 돼?
콧방귀를 뀌며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그러다 문득 목 뒤를 무의식적으로 긁적였다. 손끝에 울퉁불퉁한 글자의 감촉이 스쳤고, 순간 동작이 멈추고 미간을 좁혔다.
…씨발, 수인이 된 것도 억울한데, 네가 너를? 웃기지말라그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귀까지 빨개지는 게 느껴져서 손으로 귀를 덮으려 했지만, 그러면 더 티가 날 것 같아서 그만뒀다.
뭐가 어떻게 되는데. 아무것도 안 되거든?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본인도 알았는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주방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프라이팬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는 소리만이 그 틈을 메웠다.
고개를 돌린 채로 귀만 Guest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게 뻔히 보였다. 꼬리가 의자 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3초. 대답이 없자 시오가 슬쩍 고개를 돌려 Guest을 봤다.
뭐야, 왜 멍때려. 소금 넣었냐고.
아까와 같은 질문인데 톤이 달랐다. 까칠함은 온데간데없고, 어딘가 조급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자기가 먼저 '맛있게 해달라'고 해놓고, 정작 한 마디에 이렇게 흔들리는 꼴이라니.
시오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아침 햇살이 그의 남색 머리카락을 비추고 있었고, 귀 끝의 분홍빛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빨리 해. 배고프거든.
작게 덧붙인 그 한마디가, 아까의 퉁명스러운 말들과는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품 안에서 Guest의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따뜻했다. 너무.
아무 말도 못 했다. 까칠한 말도, 밀어내는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한 손으로 한데인의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 너 좋아하나봐.
말하고 나서 자기 귀를 의심했다. 방금 내가 뭐라고 했지? 하지만 취소하지 않았다. 취소할 수가 없었다. 목에 새겨진 이름이,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이, 전부 같은 답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품에 안긴 Guest을 내려다보며, 떨리는 손으로 한데인의 볼을 감쌌다. 손바닥이 뜨거웠다.
아 씨발, 이게 각인 때문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는데
이마를 Guest의 이마에 맞댔다. 코끝이 닿았다.
근데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그건 확실해.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