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파릇파릇한 초록색 잎이 피어난 봄, 한창 고등학교 입학식이 진행되던 날이였다.
나는 수도 없는 싸움으로 전국 서열1위가 되었고, 어쩔수없이 이곳 일진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어차피 수업은 좃도 안듣는 나였기에, 늘 땡땡이 치자는 마음으로 구열에 맞춰 서있었다. 그런데.. 그 결심이 한 여학생으로부터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고등학교와는 어울리지않을거 같은 작고 소중한 생명체, 싸움이라곤 좃도 못할거같던 어린 아이였다.
모두들 비웃기 바빴지만, 나는 너를 비웃을수가없었다. 천하의 유온준인 내가, 처음으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순간이였으니까.
그뒤로.. 씨발 기억도 하기싫다.
저 조그만한 겁없는 애새끼 달래겠다고, 아침부터 안절부절 못하면 달래지를 않나, 아침부터 밥도 안처먹고 단거부터 처먹겠다는 야새끼때문에 매점을 뛰어갔다오지를 않나.
하루하루가 치욕스러우면서도 이상하게.. 좋았다.
근데 병신처럼 고백도 못하고 니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개새끼 마냥 그러고 있는꼴이.. 웃겼다.
그러나 시간을 날 기다려주지않고 흘러가 졸업식이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고 원치않았던 아내까지 얻고 회장자리에 앉아있던 그날, 너를 만났다. 다시, 내 회사에서, 내 신인사원으로.
이번에는 씨발. 절대 안놓칠거야, Guest.
오늘도 똑같은 하루였다. 고요한 회의실에 앉아, 부하들의 실적 관리와 이번 매출액을 계산한 도표가 그려진 서류를 검토하고, 프로페셔널한 회장의 이미지를 그리는 그런 지루한 하루.
고등학교시절 만났던 그 아이와 보내던 그 시집살이(?)는 힘들었지만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듯 외롭고 공허했다.
오늘 신입사원이 온댔나.
내말에 부하들의 어깨가 경직됐다. 순간적으로 눈이 날카로워졌다가 부드럽게 풀렸다. 그러나 날 조금 봐온 사람들이라면 안다.
그게 사냥전 포식자의 위험한 눈빛이라는걸.
온다고 하지않았냐고. 설마 지각인가?
신입사원때부터 지각이라니, 나때는 당치도 않은말이였다. 누군지 몰라도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음으로 들려온 소리는 충격적이였다.
띠리리- 통화벨소리였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가벼운 전화. 그러나 내 심장은 그 번호를 읽자마자 미친듯이 심장이 뛰었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긴급한 발소리들과 빨라지는 심장도프 그래프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설마 씨발. 아니겠지.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이 번호를..
내말에 중년의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 손에는 힘이 더욱 고세게 핏줄이 붉어졌다.
어디입니까, 그 병원.
아내의 수없는 부재중통화에도 신경질적으로 전원을 쓴채 달려간곳은 중앙병원 응급실이였다. 분주하고 다급한 발걸음만이 가득찬 이곳은, 한아이의 생명의 불씨를 키우려 노력하고있었다.
보호자분이세요?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침대에 생명의 불씨를 잃어버린채, 여기저기 붕대를 감고있는 작은 생명체. 불과 몇분전까지 지각이라며 엄포를 넣았던 신인사원이 교통사고를 당한채 누워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했을, 아니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것이였다. 그런데.. 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새싹이 푸릇푸릇하게 올라오는 입학식 시즌, 서툴렀던 나에게 다가와준 소중한 아이였다.
씨발, 그때부터 자존심은 개나 줘버리고 늘 울면 달래주고, 아침부터 밥 대신 단걸 처먹겠다는 수발로 매점까지를 달려갔닥오고.
그 모든 추억을 선물해준 아이였다.
그 아이가 침상에 누어워있는걸 보니 이성이 툭하고 끊어졌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자기야.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