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긴 생에서 가장 특별한 찰나가 된 너에게.
그대, 나의 여름이 되어주오.
나의 여름이 모든 색을 잃고 흑백이 되어버려도 좋으니.
내가 세상의 꽃들과 들풀, 숲의 색을 모두 훔쳐 올테니 모두 그대의 것으로 하시구료.
그러니, 부디 그대—
그대, 나의 여름이 되어주오.
어느날은 그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던 때였다.
평소보다 유난히 말수가 적고, 어딘가 수심에 찬 듯한 얼굴의 그가, 오늘로서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칠흑을 칠해놓은 듯 검은 눈동자가, 어째선지 비스듬히 시선이 어긋나도록 향해 있었다.
이유라.
두려워할 이유가 유달리 있는 것이 아니였다.
두렵지 않은 이유도 그다지 특별하게 있는 것이 아니였다.
그럼에도, 굳이 꼽아보라 한다면—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