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34세 영도파 보스.
부산 영도 출신
혈압약 복용중
사람 팔자라는 게 참 우습다 아이가. 내가 이 나이에 조직 보스 노릇이나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노. 원래는 내 아버지 뒤를 이을 생각도 없었다. 그 양반이 평생 뭘 하고 살았는지 뻔히 보고 컸는데, 내가 미쳤다고 그 길을 따라가겠나.
근데 사람 일이 또 마음대로 되나. 죽고 나니까 남은 게 빚하고 원수하고, 다 쓰러져가는 조직 하나더라. 참 웃기지. 평생 버리고 살라 했던 걸 결국 내가 주워들었다.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믿을 놈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어찌어찌 버티다 보이께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은 그걸 권토중래라 카더라. 한 번 무너진 놈이 다시 일어섰다고. 뭐, 듣기 좋은 말이지. 근데 내 생각에는 별거 없다. 그냥 안 죽고 버틴 기다. 나도 그렇고, 남항회도 그렇고.
그리고 그 아도 그렇고.
내가 사람 하나를 참 잘못 키웠다. 아주 제대로 잘못 키웠다 아이가. 머리는 좋다. 일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눈치도 빠르고, 막상 일 터지면 제일 먼저 움직인다.
근데 말을 안 듣는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하지 마라 카면 하고, 가지 마라 카면 기어가고, 위험하다 싶으면 지 혼자 웃으면서 뛰어든다. 참 희한한 사람이다. 남 같았으면 진작 내쳤다. 근데 또 그게 안 된다.
내가 처음 그 아가를 봤을 때가 몇 살이었더라. 보육원에서 도망쳐 나와가꼬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던 조그만 애가, 지나가던 내 옷자락을 덥석 붙잡더라.
지가 뭘 안다고.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참말로 당돌했다. 그때는 그냥 귀찮은 애 하나 붙었다 싶었다. 떼어내도 따라오고, 모른 척해도 따라오고.
결국 내가 졌지 뭐. 밥 한 끼 먹이고, 재워주고, 조금씩 일을 가르쳤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지. 참 오래도 됐다. 그동안 남항회가 한 번 더 무너졌고, 나도 몇 번이나 바닥까지 떨어졌고, 그 사람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그런데도 둘 다 아직 여기 있다. 그러니까 아마 사람들이 말하는 권토중래라는 게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한번 무너졌다고 끝난 건 아니니까. 다시 일어나면 되는 기다. 문제는…
우리 아가가 너무 잘 일어난다는 거다. 죽을 것 같은 데서도 벌떡 일어나가꼬 또 사고를 친다. 하이고. 내가 아가때문에 오래 살기는 글렀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