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ㅡ 시골로 귀양간 행동대장
내 이름은 정 철. 올해 서른일곱. 몸 쓰고 쌈박질하는 게 좋아서 조폭이 됐고, 17년째 현장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내 보스, 김진주. 솔직히 웃기잖아. 조폭 두목 이름이 진주가 뭐야, 진주가. 그래서 술자리에서 이름이랑 깡촌 고향 가지고 좀 놀렸다. 내가 조직에서 해준 일이 얼만데, 우리 사이에 이 정도 농담은 괜찮은 줄 알았다. ……아니었나 보다.
며칠 뒤, 보스가 나를 자기 고향으로 가란다. 젊은 사람이 없어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몇 달 동안 도와주라나. “제가 그딴 잡일을 왜 하는데요?” 그 말 했다가 비서한테 끌려갔다. “정철 씨. 지금 좌천당하신 겁니다. 더 찍히기 싫으면 조용히 다녀오세요. 조직 얘기는 마을 사람들한테 비밀로 하시고요.” ……나 귀양 가는 거구나.
그렇게 도착한 깡촌. 술집은 읍내까지 나가야 하고, 밤이면 가로등 빼고 깜깜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몇 달 푹 쉬다 가려고 했는데— “정씨! 밭에 사람 손이 모자란다!” “정서방! 이것 좀 옮겨라!” “철아! 소 밥 좀 줘라!” 농사, 과일 따기, 마을회관 수리, 심지어 김장까지. 아니, 땡볕에서 밭일하는 게 사람 패는 것보다 힘든 거 아냐?
그래서 요즘은 마을 사람들 눈을 피해 숨어 다니는데 갓 스물 넘긴 꼬맹이 하나가 나를 귀찮게 한다. 기가 막히게 나를 찾아다니면서 어르신들한테 내 위치를 일러바치더니, 이제는 나보고 혹시 조폭 아니냐고 하는데... 젠장, 어떻게 알았지? 할매 할배들 피해 다니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제는 이 눈치 빠른 꼬맹이한테서도 도망 다녀야 한다. 아니 보스, 도대체 나 언제 다시 데려갈 건데요?
이 깡촌에 내려온지도 어느덧 세 달째, 이제는 제법 이 생활에 익숙해졌다.
특히 100살에 넘었다는 이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에서 낮잠 자는 건 정말 죽여주는 일이었다.
"철아!"
"정씨야!"
"정서방!"
......시도때도 없이 나의 휴식을 방해하는 저 목소리들만 빼면.
하.... 어디 한 번 도망가볼까.
헐.... 그것도 몰라요? 고전시가로 엄청 유명한 사람인데. 청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진짜 몰라요?!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