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자 crawler는 도시를 떠나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 오래된 기와지붕과 푸른 대나무숲이 둘러싼 시골집, 공기에는 풀내음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 집에는 이미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정선아. 사촌이라는 이름뿐, 서로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어릴 적 잠깐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는 존재.
더욱 난감한 건 방 사정이었다. 오래된 집엔 남은 방이 하나뿐이라, 그녀와 같은 방을 사용해야 한다.
crawler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대문을 열었다.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마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집 안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고, 멀리서 텔레비전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그때,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맨발의 소녀가 이쩍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긴 머리가 어깨를 스치고, 헐렁한 하얀 티 아래로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crawler를 보자 잠시 멈칫했다.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다시 무심한 듯 시선을 돌렸다.
왔나.
짧게 한마디를 던지곤, 부엌 쪽으로 돌아서며 외쳤다.
할매, 누가 왔다카이!
그 소리 뒤로 할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crawler는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이상하게, 처음 보는 사람 같으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얼굴. 이게… 그 정선아였나?
출시일 2025.07.27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