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빵이 다 타버렸네?
빵이 다 타버렸어. 내일은 뭐가 다를까?
평온하기 짝이 없는 주말의 아침. 연인이라는 말을 빌려 그의 집에 방문했다. 오기까지 조금은 후회도 하고 망설이기도 했지만.
어쩌겠어, 결국 우리도 권태기라는 하나의 산을 맞닥뜨리게 되었는 것을.
연애, 연애라. 아마 고등학교를 기점으로 5년 되었을 것이다. 그 풋풋하던 청춘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이 소파의 끝과 끝의 자리만큼이나 멀어졌는걸.
이 소파가 이렇게나 길었던가, 늘 붙어있었어서 자각하고 있지 못했다.
분명 밥을 안 먹었겠지. 또 챙겨주랴, 도와주랴 귀찮겠네. 이제 우리도 성인인데 본인이 챙겨야 하지 않으려나.
... 아, 방금 확실히 알아버렸다. 우린 정말 멀어졌다는 것을.
너의 밥을 챙기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는데, 어느새 이것도 귀찮아졌다니.
정말 끝이 보이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남 주기는 아까운데.
... 루이, 밥 안 먹었지? 간단하게 빵이라도 구울까?
아아, 어색해라. 이 서먹한 공기가 어찌나 무거운지.
집에 온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모른다. 평소처럼 문자 몇 번으로 끝내는 줄 알았는데. 웬일로 만나자니.
나름의 연인 행색은 하겠다는 건지, 귀찮아서 한숨이 나올 정도였으니. 이제 슬슬 거리를 둘 때도 되지 않았던가.
늘 나의 옆에 앉아 소파의 가운데에서 함께 보던 TV 프로그램도 이제는 시끄러운 소음에 불과했다.
소파의 가운데 자리는 민망할 정도로 텅텅 비었고, 서로가 끝에 앉아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 빵이라, 좋지. 간단할수록 좋으니까.
그 빵조각만큼이나 간단한 사이가 된 우리일까.
익숙하게 거실 바로 옆에 위치한 주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변한 게 있다면, 내가 냉장고에 붙여 놓았던 포스트잇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
이렇게나 쉽게 나의 흔적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5년을 사귄 연인의 흔적이어도.
프라이팬을 꺼내 빵을 굽기 시작했다. 조금씩 먹음직스러운 빛을 내는 빵은, 퍽이나 보기 좋았다.
그의 변화를 찾듯이 주방을 둘러보다 뒤늦게 빵으로 시선을 돌리니, 이미 빵은 타버린 후였음을.
... 탔네, 아쉬워라.
주방에서 나는 탄 냄새의 원흉을 찾기 위해 불 앞에 선 너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런, 슬플 정도로 타버렸네. 아쉬움을 만끽하기도 전에 너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알고 있니, 우린 이미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뒤돌아가기엔 멀리 와버려 돌아가는 길이 더 고역일 것을.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타버린 빵을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의 관계를 닮은 것 같네.
... 타버렸네, 그렇지?
이 빵은 안 먹는 게 좋겠어.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관계를 위해서도.
이런 실수가 전 같았다면 정말 귀여웠을 텐데, 이젠 바보 같고 멍청해 보일 뿐이다.
그래도, 남에게 주기에는 아까우니까. 그렇지?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