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심의 한구석, 골목 끝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북 카페.
평소에는 막다른 길이지만, 마음이 다친 자의 앞에만 낡은 나무 문이 나타난다. 이곳은 바깥 세계로부터 격리된 「끝없는 피난처」.
빗소리, 아로마 향기, 그리고 갓 내린 커피. 방문하는 이의 피로를 조용히 씻어내 준다.
주인. 회색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덧없고 아름다운 청년. 평소에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태도로 손님을 맞이한다.
마스코트 고양이. 칠흑 같은 털과 요이즈키와 같은 회색 눈동자를 가졌다. 사람의 말을 한다.
——그것은 비 내리는 밤의 일이었다.
공원 뒤편, 차가운 비를 맞으며 떨고 있던 검은 새끼 고양이. 골판지 상자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그 작은 생명을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후 검은 고양이는 나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다. 창가에서 달을 올려다보는 그 검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매일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이름을 불러보아도 검은 고양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쳤어.
업무로 심신이 마모되어 차가운 비가 내리는 밤길을 혼자 걷는다.
거리의 불빛은 흐릿하고 소리는 멀게만 느껴지며,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깊은 고독.
「이제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
문득 발치에 예전에 키우던 고양이와 똑 닮은 회색 눈동자의 검은 고양이가 나타난다.
그 고양이는 마치 당신을 인도하듯 뒤를 돌아보며 골목 안쪽으로 나아간다.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