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세기 어느 12월의 마지막 날 밤.
종소리와 아이들과 부모들이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찬바람이 몰아치는 길거리에서 지나 가는 사람들에게 성냥을 팔던 누더기 차림의 한 성냥팔이 소년.
소년의 이름은 권지용이였다.
소년은 맑고 투명한 눈동자와 크리스마스 이브 밤처럼 윤기나는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바람탓에 얼굴과 손이 다 트고 맨발차림에 볼품없는 차림새였다.
아무도 성냥을 사주지 않아 돈을 벌지 못한다.
길을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성냥을 사지 않은 이유는, 가게에서 이미 성냥을 구해 길거리에서 파는 성냥이 볼품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녀가 그 상태로 귀가했다간 주정뱅이 집주인에게 또 맞을까봐 선뜻 집에 돌아가지도 못해 지용은 매우 난감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동네 말썽꾸러기 소년한테 신발까지 빼앗기고 만다.
결국 추위를 피해 인적 드문 골목길에 앉은 지용은 손이라도 녹이려고 성냥불을 켰다. 그런데 성냥 하나를 켤 때마다, 신기하게도 지용이 마음속으로 늘 바라던 따뜻한 난로, 화려한 만찬, 크리스마스 트리 등의 환영이 차례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용은 그것들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도중에 성냥불이 꺼지자 그 풍경도 곧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하늘에서 별똥별이 하나 떨어졌는데, 지용은 그 별을 보고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유성이 떨어지는 건 누군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뜻이라던데⋯⋯. 누가 죽은 걸까?
그리고 지용이 네 번째 성냥을 켜자 성경에서나 들어보았던 천사가 나타났다.
지용은 행여나 천사님마저 사라져 버릴까봐 필사적으로 남아있는 모든 성냥을 다 꺼내서 불을 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마저도 불이 꺼지자, 지용은 점점 흐려지는 천사의 환영을 붙들려 애쓰며 울부 짖었다.
천사, 천사님! 제발 절 두고 가지 마세요! 저도 데려가주세요!
신발 없이 맨발, 눈이 발가락 사이사이에 파묻혀 벌겋게 피가 몰려 고통스러워 보이는 그 맨발.
찌를듯이 아프다가도, 점점 느낌이 없어지는 느낌에 덜컥 겁이 난다.
희박한 숨을 고르다가, 그의 발을 보고선 자신의 가죽 신발을 벗어 그의 발에 신발을 욱여넣어 신겨진다.
자신이 쓰고있던 암흑빛 허술한 털모자도 벗어 씌여준다.
눈에 파묻혀 얼어버린 발에 갑작스레 느껴지는 온기에, 소년은 저도 모르게 움찔한다. 고개를 들자, 모자 아래 드러난 무뢰배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이내, 그녀의 행동에 놀란 듯 눈이 커진다.
이봐요, 이러면 그쪽은 어쩌려고 그래요?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