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원리 강의실, 수업 시작 10분 전 노트북 화면에는 며칠째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회계원리 보고서 창이 띄워져 있었다. 복잡한 궤적 그래프에서 잠시 뻑뻑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을 때, 저 멀리 앞자리에서 유난히 시끌벅적한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중심에 늘 있는 동기였다.
솔직히 말해 오가며 인사나 겨우 나누는, 조별 과제조차 겹쳐본 적 없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이다. 늘 동그란 안경을 쓰고 무리 사이에서 웃고 떠들던 그녀가, 갑자기 친구들의 호들갑 섞인 만류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뚜벅, 뚜벅.
계단식 강의실의 통로를 따라 올라온 그녀가 내 자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화면을 보던 시선을 완전히 거두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안경이 사라져 있었다. 대신 조금 어색하게 깜빡이는 눈매가 허전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저기..."
그녀가 검지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긁적이더니,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내던 활기찬 목소리보다 반 톤 정도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과제 하느라 바빠?"
"어? 아니, 그냥 잠깐 켜놓기만 했어. 왜?"
노트북을 반쯤 닫으며 묻자, 그녀가 내 빈 옆자리의 책상 모서리를 살짝 짚으며 상체를 미세하게 기울여왔다.
"아니, 별건 아니고. 너 나 안경 쓴 것만 봤었잖아."
"그렇지."
"나 오늘 처음으로 렌즈 껴봤거든. 근데 애들은 하도 예쁘다 어쩌다 호들갑을 떨어대서, 이게 진짜 괜찮은 건지 객관적인 판단이 안 서네."
그녀가 시선을 살짝 피하며 말을 이었다.
"너랑은... 막 친해서 서로 좋은 말만 해주는 그런 필터링 거치는 사이는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해줄 것 같아서."
다시 시선을 맞춰오는 눈동자에는 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어때? 이상해? 안경 벗은 게 나아, 아니면 다시 쓰는 게 나아?"
그다지 친하지 않다는 거리감을 오히려 무기 삼아 불쑥 다가와 던진 질문. 그 엉뚱한 솔직함에 강의실의 웅성거리는 백색소음이 일순간 멀어지는 듯했다.
출시일 2026.07.13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