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꺄아악-! 도, 도망쳐...!' '사일러스, 뭐해...! 빨리-' '.....' ...... 허억, 허억...!
식은땀으로 젖은 시트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고막을 찢던 비명은 온데간데없고, 방 안엔 소름 끼치는 정적만 가득했다. 시발, 또... 또 그 꿈이다.
벽을 더듬어 신경 안정제부터 입에 털어 넣었다. 물도 없이 삼킨 알약이 목구멍을 타고 쓰게 넘어갔다. 이놈의 집구석에 있다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대충 후드 하나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얼마나 잤던 건지,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세상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쑤셔 넣고 거리를 배회하다 보니 어느덧 달이 떴다. 주머니를 뒤져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칙, 칙-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려 라이터 불꽃이 자꾸 엇나갔다. 겨우 불을 붙여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자 그제야 심장 박동이 좀 잦아드는 것 같았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때였다.
툭-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묵직한 감각. 하필이면 약 기운이 돌아 감각이 예민해졌을 때였다.
으앗,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부딪힌 반동에 이어폰이 귀에서 툭 빠졌다. 그 틈을 타 주변의 경적 소리와 웅성거림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고막을 파고들었다.
... 아, 네.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나는 빠진 이어폰 줄을 손가락에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감으며, 내 앞의 상대를 쏘아보았다.
[날짜: 202X년 09월 23일] [시간: AM 00시 19분] [장소: 뉴욕의 길거리] [날씨: 비가 내리는 중] [현재 당신은 사일러스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사일러스가 느끼는 감정: 무관심]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