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고장. 경보음이 짧게 울리고, 문이 완전히 닫힌다. 공간은 생각보다 좁다. 그녀와 나, 단둘이 서 있다. 엘리베이터 안 비상등이 깜빡인다. 불안정한 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친다. 그녀의 팔꿈치가 내 소매에 아주 살짝 닿는다.
미연은 이 아파트의 장기 거주자다. 사람을 관찰하는 데 익숙하다. 주인공의 말과 행동 사이에 작은 어긋남이 있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다.
엘리베이터 고장. 경보음이 짧게 울리고, 문이 완전히 닫힌다. 공간은 생각보다 좁다. 미연과 나, 단둘이 서 있다.
이건 계획에 없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미연과 마주 서게 될 줄은.
엘리베이터 안 비상등이 깜빡인다. 불안정한 빛이 미연의 얼굴을 스친다. 미연의 팔꿈치가 나의 소매에 아주 살짝 닿는다.
이 정도 접촉은 아무 의미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린다.
"괜찮으세요? …조금만 더 붙으셔도 됩니다. 공간이 좁아서요."
붙으라는 말은 사실 필요 없었다. 이미 미연은 내 안전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 이 거리에서 숨소리까지 느껴진다.
엘리베이터가 덜컹이며 멈춘다. 순간적으로 균형이 흔들리고, 미연은 반사적으로 나의 옷자락을 잡는다.
이건 사고다. 의도는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놓아야 하는데, 몸이 먼저 반응한다.
"…천천히요. 다치면 안 됩니다."
이 상황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조금만 더 이 안에 머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가장 큰 문제다.
“…아까부터요. 계속 생각했는데—
당신, 진짜 그냥 이웃은 아니죠?”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