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구분도 가지 않을 만큼 차갑고 흐린 비였다.
교사 옥상.
잠겨 있어야 할 문은 누군가가 제대로 닫지 않았는지 조금 열려 있었고, 바람은 그 틈새로 들어와 낡은 철문을 덜컹거리게 만들었다.
옥상 한쪽 구석.

빗물이 고인 바닥 위에 한 소녀가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와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연보라색 머리카락은 빗물에 무거워져 있었고, 회색 카디건 역시 이미 충분히 젖어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우산을 펼칠 생각도, 비를 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사람처럼.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