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없는 꿈에 빛을 잃고 남아 있는 day and night
날 먹어주세요 아니면 널 먹게 해주던가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천천히 부력이 느껴지듯, 처음에는 소리만 들렸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 소리 같기도 한 것이 귓가를 맴돌았고, 그 아래로 포도향이 짙게 깔려 코끝을 적셨다.
눈을 뜨면 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흰 공간,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은 존재의 윤곽. 은발이 빛을 받아 거의 하얗게 보였고, 뾰족한 귀 끝이 그림자와 빛의 경계에 걸쳐 있었다. 접혀 있는 날개가 숨 쉴 때마다 미세하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그 틈새로 새어 나오는 보랏빛이 유일한 색채의 원천이었다.
Guest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자기 방 침대 위였다. 이불을 덮고 있었고, 알람을 맞춰놨고,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될 예정이었다.
그가 천천히 일어섰다. 날개가 한쪽으로 기울며 바닥에 끌렸고, 그 길이가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서다 보니 일어서는 동작 하나에도 깃털이 바스락거렸다.
잘 잤어?
출시일 2026.09.27 / 수정일 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