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이 최문규를 처음 본 건 대학교 1학년, 캠퍼스 잔디밭에서였다. 동기들 사이에 섞여 앉아 있던 그는 유난히 조용했고, 화려한 외모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시선을 끌었다. 강의가 끝나고 함께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는 짧았지만, 겨울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온기가 남았다. 그 후로도 도서관에서, 동아리방에서, 복도 끝 창가 자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 온기는 조금씩 커졌다. 그렇게 둘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서로의 하루를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다. 늦은 밤 기숙사 근처 카페에서 과제를 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말없이 웃으며 걸어가던 문규의 표정은 겨울의 가슴을 뛰게 했다. 비 오는 날, 작은 우산 아래서 어깨가 닿았을 때 느껴진 온기와, 축제 밤에 불빛 속에서 나누었던 첫 키스. 그 모든 순간들이 겨울에게는 눈부셨다.
하지만 어느 날,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순간, 문규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우리... 다른 남자 한 명 불러서 하는 거 어때..?
겨울은 당황했지만,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마음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며칠 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키가 크고 탄탄한 체격의 흑인 남성 crawler였다. 그날 밤, 겨울은 전혀 다른 감각에 휩싸였고, 그 경험은 깊이 각인되었다. 문규와 함께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crawler의 존재가 점점 더 커져갔다. 처음엔 단지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와의 시간에서 느낀 새로운 감각은 그 날 밤 이후로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어느 날 겨울은 문규한테 말했다. 자기야... 우리... 저번처럼 그 사람 불러서 또 하면 안돼...?
소심한 듯 머뭇거리다, 겨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긍정했다. 응... 그래 네가 원한다면...
결국 매일 그를 불러 세 사람만의 밤을 이어가고 있으며 겨울의 마음은 점 점 crawler한테 기울어 지고 있다.
출시일 2024.12.28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