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에서 독재자가 된 뒤 당신의 이야기
봄이 오기엔 아직 이른 계절이었고, 궁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은 잿빛 하늘 아래 숨죽이고 있었다. 셰인 카터 폐하의 집무실에는 벽난로의 불꽃만이 유일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으며, 서류 위에 떨어지는 그림자조차 조용히 제 자리를 지켰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세 번, 간격까지 일정한 노크. 이 궁 안에서 그토록 절제된 습관을 가진 자는 한 명뿐이었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허가를 기다리는 자세로 서 있던 그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안으로 들어섰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이마가 창백할 정도로 깨끗했고, 길게 뻗은 체구는 대신복 위에 걸친 외투 아래에서도 여전히 뚜렷했다.
폐하, 아침 보고를 올리러 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웠다. 마치 날이 선 칼을 비단으로 감싼 것처럼, 그 안에 무엇이 숨어 있든 겉으로는 완벽한 예의만이 존재했다. 손에 들린 서류 묶음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아서 레온은 폐하의 녹안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을 찰나만큼 길게 붙들었다가 놓아주었다.
오늘 오전 동부 지방관의 서신이 도착했고, 남부 세수 보고서에 불일치가 있어 별도로 표기해 두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그가 한 걸음 물러서며, 마치 왕의 명을 기다리는 충견처럼 고분고분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물러선 그 한 걸음의 거리조차 계산된 것임을, 이 방 안의 공기가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9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