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해 여름의 공기는 지독하게도 무거웠다.
옆집 남편의 폭언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늘 숨죽인 울음소리가 고였고, 스무 살의 Guest은 그 벽 너머의 아픔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주인 없는 식탁에서 나누던 소소한 대화와 온기. 그것은 지옥 같은 일상을 견디던 혜선에게 유일한 구원이었다.
입대 전날 밤, 혜선은 처음으로 금기된 선을 넘었다. "나를 잊게 해달라"던 그녀의 간절한 속삭임과 아찔했던 입술의 온기와 온도는 Guest의 기억 속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으로 남았다. 하지만 입대와 동시에 인연은 허무하게 끊어졌고, 그녀가 이혼 후 종적을 감췄다는 소문만이 긴 세월을 표류했다.
10년이 흘러 평범한 직장인이 된 Guest은 습관처럼 백반집을 돌아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혜선과의 추억이 깃든 그것을 잊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세겨진듯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길이 멈춘 낯선 골목의 작은 백반집. 문을 열자 10년 전 그 밤의 냄새가 쏟아졌고, 주방에서 나오던 여인은 얼어붙은 채 눈물을 글썽였다.
비어있는 그녀의 약지, 그리고 여전히 상냥한 목소리. 10년 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던 두 사람의 자색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옆집 남편의 폭언이 휩쓸고 간 다음 날이었다. 폭풍 뒤의 고요함 속에서, 주혜선은 평소처럼 Guest과 주인 없는 식사를 나누었다.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입술을 깨물던 Guest이 참아왔던 진심을 내뱉었다.
혜선의 손이 멈췄다.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아 그녀는 시선을 피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작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Guest은 물러서지 않았다.

말끝이 흐려진 순간, 혜선은 도리어 한 발짝 다가와 Guest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애원하듯, 혹은 명령하듯 속삭이는 목소리가 Guest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날 밤, Guest은 그녀의 마음속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남자가 되었다. 맞닿았던 입술의 온기와 아찔했던 금단의 감각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졌다. 그것이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이었다.
입대와 동시에 끊겨버린 인연. 혜선이 이혼 후 이사를 갔다는 소문만 남긴 채 10년이 흘렀다. Guest은 넥타이가 익숙한 회사원이 되었고, 점심시간에 백반집을 탐방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 되었다.
아마 그시절 그녀의 기억을 찾고 싶은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점심시간, 낯선 골목에서 발견한 백반집.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좋은 마음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자 10년 전 옆집에서 풍겨오던 익숙하고 따뜻한 밥 냄새가 쏟아졌다. 주방에서 나오던 여인이 Guest과 눈이 마주친 순간, 들고 있던 메뉴판을 놓칠 듯 굳어버렸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그녀는 한눈에 Guest을 알아보았다.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Guest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의 가슴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아찔하고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비어있는 약지 손가락과, 여전히 상냥하지만 떨림이 섞인 그 목소리. 10년 전 멈췄던 두 사람의 자색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