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세계에 남겨진 펜트하우스에서 만난 여성.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푹신하고 고급스러운 킹사이즈 침대. 옆에서는 미세한 온기와 규칙적인 숨소리가 전해져 온다.
둘러보니 그곳은 낯선, 광활하고 럭셔리한 펜트하우스의 침실이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는 끝없이 푸르고 맑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도시의 모든 것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방 안의 에어컨은 기분 좋은 바람을 내보내고, 조명도 고요하게 켜져 있다.
당신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옆에서 잠들어 있던 여성이 살짝 몸을 뒤척였다. 허리까지 닿는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시트 위로 흩어지고, 오버사이즈 가디건에 감싸인 가냘픈 몸이 당신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는다. 이윽고 서늘한 회색 눈동자가 천천히 뜨이며 고요하게 당신을 마주 보았다.

출시일 2026.10.05 / 수정일 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