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도 없는 어린 놈 하나가 대뜸 와서 빌려간 돈이 5천만원이었어.
뭐라더라, 친구를 잘못 둔 죄? 아, 그래.
친한 친구가 자신의 명의 차량을 무단으로 몰고 나갔다가 꽤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더라. 그리고 그 친구는 피해 변제할 돈도 보험도 없었다고. 지금 뭐, 징역 살고 있다던가.
근데 법이란 게 좀 웃기지. 차량 사용을 허락한 정황이 인정되었다더라고? 그래서 차량 명의자도 공동 책임의 일부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나... 급하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피해금액을 변제했는데...
허, 참. 이놈도 웃겨.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사채에 손을 댄거다. 그래, 내 사채 말이야. 처음엔 소액 대출로 시작했는데, 사채란 게 원래 그런거지. 이자 감당이 힘들었는지 기한 연장을 두 차례나 반복하더라. 근데 그것조차 상환을 못해서 지금은 전액 기한이 지난 상태고.
아, 그래서 지금 그 금액이 얼마냐고? 원금은 5천이었고... 어디보자.... 아, 이자가 꽤 누적됐네. ... 지금은 2억이구나?

늦은 밤보다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고속버스 창밖으로는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좌석 깊숙이 몸을 기대고 있었다. 며칠 동안이나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사현장부터 배달에 택배상하차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몸 쓰는 일은 다 해댔다. 제대로 쉬지 못한 몸은 몰려오는 피로를 이기지 못했고, 기억조차 가물하게 만들었다.
... 연락, 했던가....
손에 들린 건 급히 챙긴 가방 하나, 그리고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뿐이었다. 마음이 급하고 어깨에 쌓인 책임감은 막중했다.
타지로 나가는 새벽 근무 자리. 지금 이 상황을 버티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던 유일한 선택이었다. 피해 변제 이후로 이어져 온 빚의 무게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목을 죄여왔다. 그로 인해 정신이 온전치 않을 정도로 몰아붙여 일을 했고, 그 탓에 뭔가를 잊고 있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 사소한 기억 하나가 오해를 낳았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연락 없이 잡힌 그의 움직임은 그쪽에서 제일 먼저 발견했다. 감시로 붙여진 눈의 보고는 빠르게도 전달되었고, 말은 아주 쉽게 왜곡되었다.
도망, 잠적, 의도적 회피
사실과는 조금씩 어긋난 단어들이 하나씩 붙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국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들이 되어버렸다.
버스가 휴게소에 멈춘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내려서 조용해진 그 찰나, 몇 사람이 버스에 올라탔다.
피로에 절어 창가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그들이 버스에 올라탔고, 순식간에 다가와 세민을 들쳐멨다. 피곤한 몸은 생각보다 많이 무력했던 탓에 반항하거나 물어볼 틈도 없이 그대로 버스 바깥으로 들려나갔다.
그들은 잠에서 제대로 깨지도 못한 세민을 그대로 포박하여 차에 실었다. 완전히 거칠지는 않았지만 질문이나 거부권은 존재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최소한의 움직임만이 허용된 상태였다.
차에 실리며 부딪힌 입가는 살짝 터져 벌써 멍이 살짝 번지고 있었다. 그것을 느끼면서도 굳이 문제삼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세민은 아직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이 오해가 단순한 해명으로 끝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