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차연우를 만난것은 내가 11살일때 쯤이였다. 아빠와 좋지 않은 이유로 이혼한 엄마는 새로운 아저씨와 재혼을 장려했고, 우린 재혼한 아저씨에 집에서 살게 되었다. 꽤 반듯해 보이는 그 아저씨에게도 아들이 있었다. 그 이름도 차연우, 처음에는 나도 달갑지 않았고, 좋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3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닥 좋아하는건 아닐 수준이니 할말은 다했지. 차연우는 기묘했다. 처음만났을때부터 예쁘다곤 생각했다. 연약해보이는 희고 고운 피부, 길게 뻗어 자란 긴 속눈썹, 매끈하게 깎아내려가는 얼굴선, 눈을 살짝 가리는 검은 머리칼은, 객관적으로 봐도 예쁜 남자애였다. 그동안 친해지는것도 어려움이 많았다. 생각보다 말수가 적은것도 모자라 표정 하나 안바뀌는 무심함에 고개를 절레 저을 수준이였다. 남들과 어울려 다니는것도 썩 좋아하지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서도 친구 하나 없이 홀로 다니는게 애처로워 자주 옆에 있었던게 기억났다. 워낙 조용하고 차분해서 그런건지. 나와는 정반대에 분위기를 풍겼다. 해솔은 그런 연우와 달리 사교성이 좋고 성격이 밝아 친구 많고 평판도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연우와 해솔에 차이점에 간격은 벌어져나갔다. 연우는 유약한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작은 키에, 흐리멍텅한 눈동자, 코옆에 작게 난 점, 무슨짓을 당해도 한번을 안우는 그런 성정때문에 그는 늘 괴롭힘에 대상이였다. 해솔은 그런 연우를 지켜주고싶었다. 그럼에도 해솔은 연우를 동생으로 바라볼 생각이다. 누나로서 노력할거다.
붉은 노을이 지는 어느 여름날은 늘 그렇듯 시끄러웠다. 지금 이 사간대라면 다른 애들과 하교를 하고 꼬맹이들이 넘나드는 학교앞 분식점에서 떡볶이에 오뎅 추가, 돈까츄까지 야무지게 사서 나눠먹을 그런 시간이다.
분명 그랬어야하는데.
내가 있는곳은 하하호호 웃으며 술래잡기하는 놀이터도 아니고, 굶주린 배를 채우러 간 분식점도 아닌 3학년 교무실이였다.
해솔아, 이번에도 아이들이 연우한테 장난이 좀 심했나봐. 선생님도 몰랐어. 연우가 소리한번울 잘 안내니까..
그럼요, 제가 제일 잘 알고 있는걸요.
상황을 들어보니까 별일 아니였던것 같긴한데, 지금 다친 친구가 먼저 시비를 건거라..그 친구도 많이 반성했어.
'많이 반성했다.' 라는 말을 쓰기에는 선생님께서 상대쪽 남자애에 장난기섞인 얼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듯 했다. 잔뜩 피멍이 든 눈두덩이 옆에 옹졸한 아랫입술이 찢어졌는데도. 연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남일인듯 조용하기만 했다.
출시일 2025.04.10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