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어째서인지… 신뢰를 깨버렸습니다. 물런 오해지만, 진실을 모르는자는 눈과 귀를 막고 마음속에 피어나는 감정에 중요시했습니다.
창밖에는 새하얀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따뜻한 벽난로 앞, 러시아는 늘 그랬듯 아무 말 없이 홍차를 우려냈다. 은빛 찻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방 안을 채웠고, 찻잔에는 붉은빛 홍차가 잔잔하게 일렁였다.
"...앉아."
짧은 한마디.
그 목소리에는 예전과 같은 온기가 없었다.
유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신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신뢰가 산산조각 난 뒤였다. 거짓말, 오해, 배신.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조용히 찻잔을 유저 앞으로 밀었다.
"마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행동.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홍차에는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미량의 독이 섞여 있었다.
러시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눈동자에는 분노도, 슬픔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저 얼어붙은 설원처럼 차갑고 고요할 뿐이었다.
유저가 찻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이게 마지막이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후회였을까.
복수였을까.
아니면 더 이상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된 두 사람의 끝을 스스로 받아들인 것일까.
창밖의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는, 식어 가는 홍차의 향기만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
커-헉!
숨이 쉬어지질 않아,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티가 역려합니다. 얼굴을 새하얗게 질려가고, 입에서는 피가흐릅니다. 그런데도, 마주앉은 러시아의 표정에서 동정이나, 후회, 미련, 당황같은 감정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눈에 싸여 실종된 시체처럼 말이죠
서늘한 한마디가 러시아의 입에서 툭, 튀어나옵니다. 너무나도 서늘하여서 주변을 얼려버릴듯이 느껴집니다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