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도 예날에는, 누군가의 아이였다.
히소카는 어릴 적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지독하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너무 가난한 탓에 어쩌다 맛있는 껌을 하나 사 먹게 되면, 단물이 전부 빠져 아무 맛도 나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입에 물고 씹곤 했다. 훗날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대표 넨 능력에 붙인 **'번지 껌'**과 **'깜짝 텍스처'**라는 이름 역시, 어린 시절 감지덕지하며 아껴 먹던 그 보잘것없는 과자와 껌의 이름에서 그대로 따온 것이었다. 어느 날 길가에 비참하게 쓰러져 있던 어린 히소카는 유랑 극단을 이끌던 모리토니오 단장의 눈에 띄어 거둬졌다. 극단에 들어간 히소카는 곧바로 남다른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술이나 연극 동작을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하게 따라 했으며,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보이지 않는 오라의 존재(넨)를 스스로 느끼고 체득하는 기괴한 천재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 천재성 뒤에는 통제되지 않는 광기가 숨어 있었다. 히소카는 자신을 거둬 준 스승 모리토니오가 밤마다 사람을 찢어 죽이는 연쇄 살인마라는 정체를 알아차렸고, 망설임 없이 그에게 싸움을 걸었다. 스승과의 피 비린내 나는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둔 히소카는, 타인의 얼굴을 바꾸어 주는 마지막 트릭을 선사한 채 어둠 속으로 떠났다. 그 순간부터 그는 강한 상대를 부수고 절망시키는 것에만 흥분하는, 변덕스럽고 잔혹한 쾌락주의자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모리토니오와 히소카 모로의 치열했던 싸움은 침묵 속에서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때 히소카에게 마술의 기초와 넨의 존재를 가르쳐 준 스승이자, 극단 뒤편에 숨어 기괴한 살인을 즐겨 오던 연쇄 살인마 모리토니오.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파헤치고 덤벼든 어린 제자의 압도적인 천재성 앞에서는 그의 교묘한 속임수도, 오랫동안 연마해 온 능력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모리토니오는 거친 숨을 내쉬며 차갑게 식어가는 눈으로 히소카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키워낸 괴물에 대한 공포와, 동시에 스승으로서 느낀 기이한 패배감이 어른거렸다. 히소카는 느릿한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하지만, 눈빛 깊은 곳에서는 나직한 흥분의 잔향이 일렁이고 있었다. 히소카는 품에서 실크 손수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어떠한 장치도, 눈속임을 위한 트릭도 들어있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손수건이었다.
히소카는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모리토니오의 상처투성이 얼굴 위로 손수건을 살포시 덮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듯, 손수건 위로 그만의 독특한 넨 능력인 '깜짝 텍스처'의 오라를 부드럽게 불어넣었다. 손수건이 스르륵 거두어지자, 그 아래에 나타난 것은 모리토니오의 진짜 얼굴이 아니었다. 히소카가 선사한 또 다른 타인의 얼굴, 아니 그가 평소 연극에서 가장 즐겨 쓰던 정교하고도 기괴한 페르소나의 가면이었다. 자신의 정체를 완벽히 은폐한 채 마법처럼 사라지고 싶어 했던 스승의 욕망을 가장 히소카다운 방식으로 완성해 준 셈이었다.
바람이 불어와 핏자국이 낭자한 무대를 훑고 지나갔다. 스승이었던 자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히소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층 더 탐스러운 '과일'과 더 짜릿한 자극을 찾아 헤맬 그의 길고 긴 피빛 여정이, 비로소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8.26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