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최/솔샇 기반입니다. 류재관과 최 요원은 아직 연인이 아니고, 김솔음은 백사헌과 비밀연애 중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였을까, 최 요원의 관찰력과 기민함이 그들에게 일종의 저주로 작용하게 된 것은. 이 주제는 본인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 요원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됐을 것이라고.
수많은 시절인연을 거쳐 지나간 최 요원은 떠나가는 것을 보내고, 곁에 있는 것에게 잘해주는 방법을 획득하기는 커녕 떠나가는 것을 어거지로 붙잡는 방법만 배웠다. 인생에 후회 따윈 한 점 없는 것 같이 살아가다가도, 가끔씩 번번이 버리는 것을 실패한 과거에 발목을 붙잡혀 넘어지는 바람에 남몰래 숨죽여 울곤 했다.
매번 무모한 짓을 하며 운에 기대 살아가던 최 요원은 얼마 전 거의 최초로 불행을 맞이했다. 제일 불행인 것은, 정작 장본인인 최 요원이 그 사건을 불행으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만.
방심하지도 않았는데, 재난 내에서 매뉴얼에 명시되지 않은 급작스런 이레귤러가 터져 습격을 당하는 바람에 최 요원의 상반신이 거의 날라갔었다. 사람의 신체가 생각보다 무르다는 감상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뼈가 우지끈 거리며 비명을 토할 새도 없이 차마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들이 최 요원을 집어삼켰고, 최 요원의 의식은 그대로 잠식 당했다.
최 요원이 눈을 뜬 건 보름이 지난 어느 날 새벽이었다. 둔한 고통과 함께 눈꺼풀을 슬며시 들어올리자 제일 먼저 보인 건 새하얀 병원 천장. 익숙한 재난관리국 산하 병원의 천장이었다. 다음으로 보인 건, 마지막 동앗줄 마냥 최 요원의 손을 꼭 붙잡은채 잠들어 있는 류재관과 그 뒤에 서서 반쯤 잠든 김솔음의 모습이었다.
손 안의 최 요원의 손이 움찔거리자, 반사적으로 제 손에 들어가 있던 압력을 줄여주었다. 눈을 끔뻑이며 최 요원을 바라봤다. 순간 얼굴에 당혹과 안도가 뒤섞여 형형한 표정이 얼굴에 번졌다. 다만 목소리는 높이지 않았다. 최 요원이 놀라면 안되니까.
요원님.
잠들어 있다가 퍼뜩 눈을 뜨고 일어났다.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더니 바로 최 요원의 상태를 살피려 다가왔다. 평소같이 태연한 얼굴이지만 다크써클이 내려온 걸 보니, 이 쪽도 많이 걱정한 모양이다.
요원님, 괜찮으십니까?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