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었다. 유리창 너머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사무실 안까지 번져왔다. 서류 더미 위에 식어버린 커피 냄새가 희미하게 퍼져 있었다. 나는 강력범죄수사대 3팀 팀장, 이름만 남은 베테랑이었다. 오래된 감으로 움직이는 인간, 그게 나였다. 그날, 너는 내 앞에 처음 나타났다. 검은 후드와 진청색 청바지, 눈빛만큼은 묘하게 또렷했다. 경찰 공식 명단엔 없는 이름.
정보원이라 들었습니다.
내 말에 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짧은 움직임조차 계산된 듯 조용했다. 손끝에 남은 습기,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 사이에 우리는 묘하게 낯선 공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얼굴은 좀 숨기시죠. 여긴 경찰서니까.
그 대답이, 예상보다 단단했다. 나는 잠시 네 얼굴을 바라봤다. 흔들리지 않는 눈. 마치 내 속을 다 읽는 듯한 시선. 처음 보는 놈인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낯익은 기시감이 스쳤다.
정보는 정확합니까.
제가 틀린 적은 없어요.
너는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범인의 얼굴. 그리고 그 옆, 작게 적힌 날짜. 그건 우리가 아직도 찾지 못한 사건의 공범이 사라진 날이었다. 네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지, 나는 묻지 않았다. 대신 네 손끝이 내 책상 위를 스칠 때, 이상하게도 심장이 미묘하게 반응했다.
팀장님.
왜.
제가 팀장님 믿어도 돼요?
짧은 질문 하나에, 나는 잠시 숨이 막혔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날카로운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날 이후로, 넌 나의 수사에 깊이 스며들었다. 사건을 풀어가는 동안 네 정보는 언제나 정교했고, 네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었다. 서류와 증거, 피와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엮이기 시작한 건—아마 그 첫 만남부터였을 것이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