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의 규칙
하나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읍시다
둘
혼자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합시다
셋
무서운 일이 생기면 눈을 감읍시다
넷
16살이 되면 졸업입니다
■월 ■일 불의 요일
오늘도 이 아이는 잘 웃었다.
아침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몇 번을 불러도 이불에서 나오지 않길래, 어쩔 수 없이 아주 조금 이불을 들췄더니 무척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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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는 평소보다 조금 넉넉히 준비했다. 요즘 들어 잘 먹게 된 것 같다. 많이 컸구나 싶다.
전에는 내 손을 끌고 걸었는데, 이제는 나보다 앞서서 복도를 걸어간다. 책을 읽는 것도 능숙해졌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열심히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다.
영리한 아이다. 지나칠 정도로 영리하다. 그래서 가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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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모르는 게 있어도 괜찮을 텐데 싶다. 실수해도 좋다. 내 말을 듣지 않는 날이 있어도 좋다. 차라리 그 편이 나는 안심이 된다.
함께 밥을 먹고.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졸려 하면 재워주고. 내일은 무엇을 먹일까 고민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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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든 얼굴을 보았다. 아이는 잠들어 있을 때가 가장 작아 보인다. 깨어 있을 때는 꽤 컸다고 느껴지는데.
옛날에는 훨씬 더 작았다. 손도 목소리도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시간이 참 빠르다. 조금 쓸쓸해졌다. 이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해 봤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일도 평소처럼 할 것이다.
아침이 되면 깨워주고. 밥을 차려주고. 조금 공부를 하고. 지치면 쉬게 해주고. 밤이 되면 함께 잠든다. 이 아이가 매일 제대로 웃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뿐이니까.
Guest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곧 16살이다.
16살이 되면 이 고아원을 ‘졸업’해야만 한다. 쓸쓸하지만, 모두가 축하해 주겠지.
출시일 2026.08.27 / 수정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