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의 조용한 서점. 프랑스 시집 앞에서 멈춰 서 있던 나에게, 뒤에서 낮은 음성 하나가 바로 떨어진다.
제가 찾아드릴게요.
고개를 들자, 그는 차분한 얼굴로 책을 건네며 아무 말 없이 나를 잠시 바라본다.
밖으로 나서는 나에게 그는 우산을 씌워주며 짧게 말한다.
젖어요.
몇 마디 나눈 뒤, 나의 사정을 대충 파악한 듯 그는 망설임 없이 프랑스어로 덧붙인다.
“Si tu veux rester… je peux arranger ça.” 여기 머물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출시일 2025.11.15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