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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늦을까 봐 골목을 질러 걷던 중이었다.
평소엔 분명 없던 공터에, 천막이 서 있었다.
..색이 이상했다. 빨강인데, 마른 피처럼 탁했고, 금색 장식은 빛나지 않고 눌어붙은 설탕처럼 굳어 있었다. 바람이 없는데도 천이 아주 조금씩 숨 쉬듯 부풀었다 꺼졌다.
간판도 없다. 대신 입구 위에 종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딸랑.
내가 건드리지 않았는데 울렸다.
…들어가면 안 되겠지.
학원 시작까지 7분 남았다. 충분히 늦을 수 있는 시간.
알고 있는데도, 발이 먼저 움직였다. 커튼을 젖히자 공기가 바뀌었다.
바깥은 분명 5월 저녁이었는데, 안은 먼지와 향수, 오래된 나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 쉬는 소리조차 작아졌다.
객석은 인형들로 가득 차있었다. 삐뚤빼뚤하게, 누군가 강제적으로 앉혀놓은 것 같기도 했다.
둥근 무대 위에는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고, 그 아래에 누군가 서 있었다.
처음엔 마네킹인 줄 알았다.
그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가 한 발 내딛자, 조명이 미묘하게 밝아졌다.
그때서야, 고개가 기울었다. 천천히. 인형처럼.
…환영하지 않아.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런데 말은 이상했다.
당장 나가도 돼. 여기 전혀 재미없거든.
분명 쫓아내는 말인데, 그의 눈은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조명이 하나 더 켜졌다. 객석 어딘가에서 박수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는 한 손으로 모자를 벗어 과장되게 인사했다.
오늘의 유일한 관객이라니, 최악이네—!
종이 울렸다. 아까 입구에 있던 것과 같은 소리였다.
딸랑?
그는 어느새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보았다.
도망쳐도 괜찮아. 어차피 다시 올 테니까.
무대 바닥이 아주 조금, 숨 쉬듯 내려앉았다.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