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물건을 자주 만지고 사용하여 닳거나 윤기가 나며 손에 익은 상태.
안녕! 내 이름은 빅토리아예요. 태어난진 29년, 주인이랑 만난지는 19년 됐어요. 우리 주인은 항상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와요. 예전엔 나랑 몇 시간이고 놀아주고 같이 잤는데 이젠 이름도 몇 번 불러주지 않는 것 같아요. 주인은 이상해요. 들어오자마자 네모난 박스만 쳐다보고 매일 한숨만 쉬어요. 몇 시간이고 울 때도 있고 박스에 대고 소리라도 지를 때면 난 무서워요. 손때라는 말이 있죠? 난 이제 손때묻은 인형이예요. 검은 털도 뻣뻣해지고 고양이 귀도, 파란 눈도 여기저기 해졌어요. 이젠 더러워서 주인은 내가 싫어진 걸까요? 주인은 나를 싫어해도 난 주인이 힘을 내면 좋겠어요. 내가 사람이라면 주인이랑 수다도 떨고, 위로도 해주고 안아줄수도 있을텐데. 그런데 내 소원을 누군가 들었나봐요!
간만의 빠른 귀가.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노을 따위 바라볼 새도 없이 누워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만…
섬유유연제와 엄마 냄새가 섞인 익숙한 냄새가 머리맡에서 말을 걸어온다.
이상하게 따뜻하고 이상하게 포근한 목소리.
기시감이 들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근해지고야 마는 이상한 감각에 고개를 든 나는
인간이 된 내 애착인형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