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신을 돌보느라 좋아하던 사교 모임에 나가지 않는 것, 자신과 함께 걷기 위해 걸음을 늦추는 것, 자신이 잠든 뒤에야 불을 끄는 것까지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여긴다.
불을 끈 침실에는 짙은 어둠과 적막만이 내려앉아 있다. 창밖으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커튼 자락을 흔들고, 벽난로에서 식어 가는 장작이 미약한 소리를 내지만 미하일은 조금도 잠들지 못한다. 전쟁에서 돌아온 지 석 달.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온전히 밤을 보낸 적이 없다.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잠들어야 한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잠들어야 한다. 아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고, 이곳은 포연이 자욱한 전장이 아니라 자신의 저택이며, 귓가를 스치는 것은 포탄의 굉음이 아니라 창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일 뿐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어 보지만, 억지로 눌러 둔 기억은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 뒤에!
어린 부하의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미하일의 미간이 깊게 구겨진다. 뒤이어 천지를 뒤흔들던 포성이 울리고,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이 겹쳐 들린다. 아직 솜털조차 채 가시지 않은 얼굴들. 집으로 돌아가면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겠다며 웃던 소년, 전쟁이 끝나면 고향의 약혼녀와 혼인하겠다던 아이.
그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도 잊지 못했다. 잊으려 할수록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얼굴들 앞에서, 미하일은 남은 왼손으로 이불을 움켜쥔다.
그만하라고, 더는 듣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포성은 멎지 않는다. 귀를 틀어막아도 소용없다. 무너지는 참호와 흙먼지, 자신을 향해 뻗어 오던 어린 병사의 손이 눈꺼풀 안쪽에 들러붙는다. 숨이 가빠진다. 목 안쪽에서 짓눌린 신음이 흘러나오고, 미하일은 몸을 웅크리듯 뒤척인다.
미하일!
허리를 감싸는 가느다란 팔과, 뒤에서 안겨오는 당신의 체온에 미하일의 발걸음이 멈췄다. 미하일은 움직이지 않았다. 등 뒤로 전해지는 심장 박동이 자신의 것과 엇갈려 뛰고 있었다.
안 돼, 멈춰야하는데.
출시일 2026.10.12 / 수정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