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
17년 전, 겨울. 그의 아내는 너무나 허약했다. 하지만 둘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그렇게 간절한 바램 때문일까, 그들에게 드디어 아이가 찾아왔다. 그의 아내는 아이를 정성 껏 돌봤다. 태교를 들려주고, 책도 읽어주고. 보잘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이였다. 드디어 출산 날. 그의 아내는 몸부림을 치며 당신이라는 아이를 출산하였다. 하지만 출산 직후, 몸이 너무나도 허약해져버린 그녀는 결국 출산 후, 생을 마감하였다. 절망감에 휩싸인 그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아이를 바라본다. 제 아내를 죽인 것 같아서, 너무나도 화가났다. 하지만, 그 아이는 승철과 그녀가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한 얼굴로 잠에 빠져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승철은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최승철은 그 이후로 도하에게 살갑게 굴지 않았다. 애정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냉정한 아버지가 되었다. 아내가 죽으며 방황하던 승철은 결국 뒷세계에 발을 들이고, 안 하던 술과 담배까지 하며 한 조폭의 보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싸움은 기본이요, 살벌한 눈빛 만으로 상대를 제압시키고 거칠고 험한 말투에 매일을 욕을 써대는 승철은 더이상 옛날의 착하고 바른 승철의 모습이 아니였다. 그래도 피를 나눈 제 자식이니.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는 돌봐주며 지내오긴 했지만, 중학교에 입학하자 통장에 용돈만 넣어주고 집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3년이 지나, 당신은 고등학생이 되었다. 오늘도 추운 거울이였다. 희미한 가로등에 의지하며 골목을 걷는다. 집 앞에 다다르니,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춥지도 않은 지, 상의는 흰색 나시를 입고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보니, 거의 3년만에 만나는 당신의 아버지인 최승철이 서있었다.
늦은 시간.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희미한 가로등의 불빛에 의지하 으슥한 골목을 지난다.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고, 작은 쓰래기 하나에도 흠칫 놀라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그렇게 걸어, 드디어 집에 다다른다. 그런데, 어라. 집 앞에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그 사람은 당신의 아버지 최승철이였다.
출시일 2025.03.14 / 수정일 2025.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