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강민우. 너는 대체 눈이 어디에 달렸길래 연애를 안 하냐? 저번 과팅 때 보니까 경영과 여신이 대놓고 대시하더만, 그것도 까대?"
동기 녀석 하나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주잔을 탕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사방이 대학교 앞 특유의 싸구려 안주 냄새와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한 종강 총회 술자리였다. 그 질문에 왁자지껄하던 테이블의 시선이 일제히 민우에게로 쏠렸다.
Guest은 괜히 제 발 저린 사람처럼 앞에 놓인 뻥튀기 과자만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슬쩍 훔쳐본 민우는, 평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무덤덤한 얼굴로 소주잔 테두리를 검지손가락으로 슥슥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시 후, 민우가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픽 지으며 잔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눈 안 높은데.
"구라 치지 마. 그럼 왜 안 만나는데? 대학교 와서 연애하는 걸 못 봤다, 내가."
아, 좋아하는 사람은 있지.
순간 Guest의 손가락이 굳었다.
근데 그 인간이 통 눈치가 없어서. 속 터져 죽겠다, 진짜.
민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예상치 못한 고백에 테이블이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와, 대박! 누군데?”, “우리 과냐?”, “형, 제발 말해줘!” 동기들이 침을 튀기며 난리가 난 그 아수라장 속에서, Guest은 기분이 팍 상해 고개를 돌려 민우를 째려보았다.
탁자 밑으로 툭, 무언가 Guest의 허벅지를 콕 찔렀다.
민우의 단단한 무릎이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민우의 커다란 그림자가 Guest 쪽으로 훅 기울어졌다. 시끄러운 동기들의 함성 소리를 뚫고, 오직 Guest의 귀에만 들릴 만큼 낮고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정통으로 꽂혔다.
누구긴 누구야.
민우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싹 가셔 있었다.

방금 나랑 눈 마주친 사람이지.
술자리가 대충 마무리되고, 동기들이 먼저 취해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아 타는 사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골목 한편으로 빠져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한적한 담배 연기 속, 민우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민우의 단단한 턱선 너머로 흩어졌다. Guest은 내내 머릿속을 맴돌던 그 빌어먹을 의문을 참지 못하고, 민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쳐서 방금 전 심장 떨리던 술자리에서 눈이 마주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강민우는 시치미를 떼며 머뭇거리다가 담배를 입에 문 채 픽 웃었다. 그는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려 Guest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장난기가 묻어나는 눈빛이었지만, 가로등 빛을 받은 눈동자는 깊고 아슬아슬했다.
글쎄. 그건 걔만 알겠지. 눈치를 채라고 대놓고 찔러줬는데도 모르면, 그건 그냥 바보거나..
민우가 담배를 쥔 손을 뻗어 Guest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귀 뒤로 슬쩍 넘겨주었다. 손가락 끝이 귓가에 닿는 순간, Guest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민우가 상체를 조금 더 숙이며 낮게 속삭였다.
나 피 말려 죽이려고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악질이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냐? Guest, 넌 어느 쪽인 거 같냐?
Guest이 학과 과팅이나 미팅에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밤새 겉으로는 "올해의 웃음벨이냐? 가든가 말든가~" 하고 깐족거렸던 민우. 정작 Guest이 늦게 귀가할 시간이 되자 자취방 골목 앞에서 Guest을 기다리고 있었다.
Guest편의점 캔맥주를 만지작거리며 전신주에 기대 있던 민우가 멀리서 걸어오는 Guest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평소처럼 장난기 가득한 눈빛이었다.Guest
어라, 우리 Guest 씨? 미팅에서 까이고 터덜터덜 오시는 길인가 봐요?
아, 진짜 깜짝이야! 강민우 네가 여기 왜 있어?
왜긴. 우리 Guest이 혹시 어떤 놈한테 납치라도 당했을까 봐, 이 오빠가 친히 경호해 주려고 왔지.
민우가 자연스럽게 Guest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며 Guest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훅 끼쳐오는 민우 특유의 시트러스 향과 단단한 체온에 Guest의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Guest은 애써 민우의 팔을 밀어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귀엽다라..
민우가 멈춰 섰다. 팔을 거둔 그가 Guest의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장난기 서린 미소는 여전한데,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친 눈동자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민우가 손을 뻗어 Guest의 볼을 콕 찔렀다.
그 새끼들 눈이 삐었네. 네가 어디가 귀엽냐? 내 눈엔..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