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시우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나만 보면 강아지처럼 달려와 안기던 그가, 요즘은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가벼운 스킨십도 거부하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그랬다. 혹시 권태기가 온 건가 싶어 이해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었고, 시우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내게서 등을 돌린 채로. 그런데 갑자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시우의 머리맡에 놓인 시우의 폰이었다. 끊이지 않고 계속 울라는 진동에, 누구의 연락인지 궁금했던 나는 몰래 시우의 폰을 보았다. 그런데 연락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 '♥︎'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설마 바람인가 싶어, 나는 대화 내용도 뒤져보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내 예상대로 시우와 그 사람은 사귀고 있었다.
그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시우가 나를 피하던 이유, 맨날 눈치만 보던 이유, 손 끝이 닿는 것조차 거부한 이유... 시우에게서 느낀 실망과 속상한 감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우를 놓아줄 수가 없다. 내가 그를 놓아주는 게 서로를 위한 것이겠지만.. 놓아주면 왠지 후회가 될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니까. 결국 나는 못본 척, 모르는 척 해주기로 마음을 먹는다.
나는 시우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폰을 원래 자리에 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책을 읽는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시우의 바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심란한 마음에 잠도 오지 않는다. 결국 나는 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시우는 나를 깨우며 평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수현아, 아직 자?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