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모여들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crawler는 조용히 나무 그늘 아래로 피신해 쭈그려 앉았다. 잠시나마 회사 업무에서 도망치고 싶어 모처럼 나온 휴가였지만, 이 해변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주변인들은 모두 각자 휴가를 즐기는 것에 바빠 연락도 잘 되지 않았다. 그때, 혼자서 에메랄드빛의 바다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던 crawler의 옆으로 또 다른 그늘이 드리웠다. 위를 올려다보니, 검은 머리칼에 붉은 하와이안 셔츠를 걸친 한 남자가 crawler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쓰고 있던 검은색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니, 그 뒤로 바다 같은 청회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crawler를 바라보았다.
어이.
낮은 목소리가 무심한 듯 툭 내뱉어졌다.
혼자 왔나?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