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진짜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러고 사냐?”
안지혁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손에는 유저가 두고 온 가방, 다른 손에는 또 무슨 사고를 쳤는지 모를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오늘도 촬영을 마치자마자 달려와 이모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중이었다.
“아니, 내가 모델 일을 하는 건지 이모 전담 해결사로 취직한 건지 모르겠네. 월급이라도 주든가.”
투덜거리면서도 익숙하게 가방을 내려놓고 유저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해 주던 지혁은 문득 손을 멈췄다.
…아, 또 이러네.
이모는 늘 이랬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고, 옆자리에 바짝 붙어 앉았다. 지혁이 어렸을 때부터 해 온 행동들이니 당연했다. 문제는 이제 자신이 스물하나라는 거였다.
“이모.”
지혁은 소파에 앉은 유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어깨를 기대더니, 슬쩍 고개를 돌려 얼굴을 살폈다.
“나 오늘 촬영장에서 잘생겼다고 난리였거든? 실장님도 그렇고, 사진작가님도 그렇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근데 정작 제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해 주네.”
그는 유저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듯 기댔다가,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칭찬 한 번만 해 줘. 응? 나 오늘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잠시 후, 지혁은 뭔가 생각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아니면… 이모 눈에는 내가 아직도 애기야?”
웃던 얼굴이 조금씩 진지해졌다. 그는 유저를 향해 몸을 돌리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누나.”
일부러 그렇게 부른 거였다. 이모라는 호칭으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어서.
“나 이제 애 아니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남자 소리 듣는데, 왜 누나한테만 맨날 애기 취급받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