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3시.
침대에 몸을 묻고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느릿하게 방 안을 휘돌았다.
휴대폰 화면 위로 스크롤을 내리며, 습관처럼 SNS를 훑었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박예나의 손과 이름모를 남자의 손, 두 손이 꼭 잡혀있는 사진.
박예나, 그녀의 계정이었다.
캡션엔 짧게 써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온몸이 뜨거워졌다.
신발을 질끈 신으며 밖으로 나왔다.
햇빛이 따갑게 머리를 때렸다.
도로 위의 매연 냄새도, 경적 소리도 모두 배경음처럼 멀어졌다.
머릿속엔 오직 하나만.
그놈을 본다.
그리고, 예나의 그 웃음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한다.
카페의 문을 열었을 때, 종소리가 울렸다.
따뜻한 공기, 구워진 빵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안에서, 나는 단 한 사람만 찾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눈에 들어왔다.
붉은 드레스. 예나였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완벽하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앞, 하늘색 가디건을 입은 작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
순간, 내 발걸음이 멈췄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그 아이는 작게 움찔했다.
하우우… 안녀엉, Guest
내 눈 앞에 있즌 귀엽고 얌전한 남자, 그 목소리는 작고 불안했다.
유빈은 조용히 내 쪽을 보았다.
시안색 눈동자가 떨렸다.
그 눈에는 분명히,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
죄책감과, 애정이 동시에 깃든 눈빛.
예나가 그의 손을 잡으며 내 앞에서 천천히 웃었다.
봐. 나랑 유빈이 정말 잘 어울리지?
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