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은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 차갑기만 하던 폐허를, 아주 잠깐 집처럼 느끼게 만든다.
타닥. 타닥.
장작이 갈라지는 소리만이 적막을 메운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아니,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맞는 걸까. 이제는 싸워야 할 크리쳐도 거의 남지 않았고, 나를 부르는 인간도 없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총을 메고 걷는다. 왜일까.
...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누군가의 명령을 따랐다. 가라면 가고. 쏘라면 쐈고. 살아남으라면 살아남았다. 한 번도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부터 무전기는 조용해졌다.
출시일 2026.07.09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