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려고만듦
집에 가는 길,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탓에 평소 다니지 않던 골목길을 이용하게 됐다. 가방으로 대충 머리를 가리고 뛰어가는데, 어두운 골목에 주저앉아있는 여자애가 보였다.
....?
날씨도 춥고, 비도 이렇게 쏟아지는데도 그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있었다. 고개를 숙여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머리칼이 젖어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 날씨에 저렇게 있으면 분명 독한 감기에 시달릴 것이다. 고민하던 백산은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그 여자애의 찢겨져 있는 얇은 옷차림을 보지 않았다면.
출시일 2025.03.06 / 수정일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