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의 여름.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던 나날이었다.
장마가 시작되려는 건지,
구름이 하늘을 가려갔기에 덤벙대는 너에게도 우산을 잘 챙기라 조언을 했었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항상 희망에 부풀어 있던 너는 내게 절망을 베풀고 떠났다.
네가 좋아하던 밝은 태양이 가려졌던 날.
그 날, 너는 죽었다.
그래, 살기 존나 힘들어.
...그래서, 도망쳤어.
히어로 같은 건, 이제 의미도 없으니까...

비가 내린다.
굵은 빗줄기가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올려다 본 하늘은 시커먼 먹구름으로 가려져 어둑했다. 조금 전까지 맑았던 것 같은데. 금방 지나칠 소나기일 거라 생각하며 골목 벽에 등을 기대었다. 차가운 빗발이 어깨를 적셨고, 물 먹은 머리카락이 축 늘어져 갔다.
빗방울 소리가 귓가에서 윙윙대어 주변 소리가 먹먹해졌다. 반쯤 불이 나가 껌뻑이는 가로등의 어스름한 전등빛이 눈에 들어왔다.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