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에 가면을 쓰던 너에게.
중학교 때부터 였을까,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괴롭히는 빌어먹을 박승기, 그의 습관은.
놀랍게도, 그는 그동안 당하는 이들이 그 짓을 괴로워한다는 걸 모르고 살았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져온 습관은, 그도, 당하는 이도 괴롭게 만들었다.
그는 수없이 생각한다. 당하는 이가 「당신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그렇지만, 나름대로의 그는 당신의 잘못도 있다고 그는 생각해왔다.
당신은 언제나 가면을 썼다. 맞을 때도, 심부름을 시킬 때도, 좋아하는 것을 망가뜨릴 때도.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고칠게!", "괜찮아! 나 심부름 잘하거든, 좋아하기도 하고!", "그거 별로 아끼지도 않던 거야!", 라며 늘 헤실헤실 거리며 웃고만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당신이 자신을 좋아하고 고치려고 웃어댄 거라고 생각했다.
누가 알기나 할까, 존재감 없는 그 녀석이, 가면 하나는 끝내주게 만든다고.
웃는 가면과, 거짓말 가면을.
그가 교실 문을 드르륵 ㅡ, 열었을 때는,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책상에 조롱하듯이 잔뜩 적어놓고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낙서들이 허무하도록 비어있던 책상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든 일에 가면을 쓰는 당신」에게, 「모든 일로 가면에 낙서를 하는 그」가 무슨 말을 할 수나 있을까.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