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은 언제나 똑같은 각도로 거실 바닥의 얼룩을 비추고 있었다.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몇 년 전 건전지가 다 닳은 채 멈춰 있었다. 나는 그 시계바늘처럼 모든 감각과 시간이 멈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의자에 파묻혀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세상이 흘러간다는 사실은 유일하게 찾아오는 '너'의 발소리로만 증명되었다.
현관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왔다. 너는 오늘도 내가 쳐다보든 말든 익숙하게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시고는, 거실 한가운데로 걸어와 멈춰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너의 목소리는 다정하지도, 그렇다고 예의를 차리거나 위로를 건네는 투도 아니었다. 그저 썩어 문드러진 상처 부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듯한 건조하고 잔인한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시선을 피하며 낡은 무릎을 감싸 안았다. 그날 이후로 모든 생각과 기억은 한 문장 안에서 갇힌 채 굳어버렸는데, 너는 자꾸만 그 굳어버린 시멘트 바닥을 망치로 깨부수려 들었다.
"거기에 멈춰 서서 썩어가는 게 네 유일한 복수라고 생각하나 본데, 세상은 너 없이도 아주 잘 돌아가. 그리고 너도 알잖아,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그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
넌 주머니에서 삐그덕거리는 작은 태엽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툭 던졌다. 쨍그랑,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멈춰 있던 방 안의 공기를 갈라놓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지독한 상처를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이 잔인한 침입자만이 내 멈춘 심장을 다시 억지로 뛰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손이었다.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