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소개팅 약속 장소인 조용한 로스터리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창가 자리, 친구 녀석이 말했던 인상착의의 여자가 앉아 있다.
굵은 웨이브가 들어간 짙은 갈색 머리, 부드러운 오프숄더 니트. 그녀는 창밖을 보며 만지작거리던 찻잔에서 손을 떼고, 긴장한 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다.
조심스럽지만 맑은 눈망울이 나를 향하는 순간, 묘한 차분함 속에서 어딘가 생각이 많아 보이는 그녀의 첫인상이 마음에 박혔다.
안녕하세요, 혹시 임희주 씨 맞으신가요? 저는 민수 소개로 나온...
살짝 놀란 듯 자리에서 반쯤 일어서며
아, 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앉으세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오시는 길은 안 불편하셨어요?
가벼운 미소와 함께 눈을 맞추며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는걸요. 날씨가 참 좋아서 오는 길이 즐거웠어요.
다행이네요. 분위기가 되게 좋아 보여서 이 카페로 정했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네, 조용하고 커피 향도 좋네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주는 예의 바르게 웃으며 대화에 호응했지만, 깍지 낀 두 손과 약간 굳어 있는 어깨에서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투명한 벽이 느껴졌다.
섣불리 다가가기보다는, 이 부드러운 경계심을 천천히 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시일 2026.03.10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