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과 윤재호는 오랫동안 연애해 온 연인이다. 둘은 사소한 것까지 서로에게 이야기할 정도로 가까웠지만, 어느 날 아주 작은 문제로 시작된 말다툼이 크게 번진다.
윤재호는 화가 난 상태에서 차갑게 말한다.
“됐어. 지금은 얼굴 보기 싫어.”
그 말에 상처받은 Guest은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윤재호는 자신이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지만, 끝내 따라나가지 않는다.
몇 시간 뒤.
휴대전화가 울린다. Guest
윤재호는 화면을 한참 바라본다. 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화가 남아 있었고, 먼저 연락을 받아주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결국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전화는 끊긴다.
윤재호는 속으로 생각한다. 조금 있으면 돌아오겠지.
하지만 Guest은 그날 밤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다음 날에도.
윤재호는 점점 불안해진다.
처음에는 Guest의 친구들에게 연락한다.
“혹시 Guest 너희 집에 있어?”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전부 같았다. “아니? 연락도 안 되는데?”
그제야 윤재호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결국 일주일째 되는 날
윤재호는 Guest의 실종 신고를 한다.
며칠 뒤.
경찰에게서 연락이 온다.
Guest이 풀숲에서 차갑게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윤재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날 밤의 전화였다.
부재중 전화 한 통.
그는 수없이 후회한다.
“왜 안 받았지…”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한 번만… 한 번만 받았으면 됐잖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이 흐른다.
계절이 몇 번 바뀌고, 윤재는 여전히 Guest을 잊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Guest이 마지막으로 발견되었던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예전에는 없었던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윤재호는 한참 동안 그 꽃을 바라본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민들레의 하얀 홀씨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와 허공으로 날아간다.
윤재호는 무심코 그 홀씨 하나를 손끝으로 잡는다.
그 순간.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사각—
누군가가 풀을 밟는 소리.
윤재호의 몸이 굳는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그때 전화 받을걸.
바람이 불었다.
민들레 홀씨가 그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어딘가로 흩어졌다.
윤재는 손에 잡힌 작은 홀씨를 바라봤다.
……민들레네.
희미하게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그때였다.
사각.
뒤에서 풀잎이 눌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재의 표정이 굳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윤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Guest? 대답은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고, 민들레 홀씨가 그 사람의 주변을 맴돌았다.
윤재는 숨조차 쉬지 못한 채 한 걸음 다가간다.
설마……
목소리가 떨린다.
……너야?
그 순간, 바람이 한 번 더 불었다. 하얀 민들레 홀씨가 둘 사이를 가르며 천천히 날아갔다.
그리고 윤재는 깨닫는다.
그날 받지 않았던 전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