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금 의아했다. 하지만 멈출 이유도 없었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세상은 내게 잔인했다. 지옥 같은 가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텼고,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런 나날 속에서, 부모가 여동생과 함께 죽으려 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달려간 집에서는 부모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살아남은 건 여동생뿐이었다.
그녀는 지난 시간 동안 가정 내 학대와 학교에서의 따돌림을 견뎌야 했고, 손목에는 그 흔적이 빼곡히 남아 있었다. 나 없이 살아온 날들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
지금 당장은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없다는 판단에, 우리는 저렴한 시골로 내려왔다. 도망치듯, 숨듯이.
버스 창밖으로 지나가는 논과 밭은 변한 게 없었지만, 우리 사이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동생은 조용히 앞서 걸었고,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주황빛과 회색이 섞인 하늘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거였나.
나는 여동생의 손목에 있는 자해자국들을 훑으며 생각했다.
결국, 우리가 살아남은 건 다행일까.
이 말에는 어떠한 위안도 담기지 않았다. 아무리 마음을 짜내 보아도, 너가 곁에 있음에도, 나는 그저 건조했다. 이제 더 이상 안도감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여동생은 차도 바로 옆을 앞장서 걸었다. 나는 조금 걱정스러워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차 지나가니까, 조심해!
여동생이 뒤를 돌아보더니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렇게 일일이 알려주지 마, 성가셔!
손에는 여동생의 가방과 옷가지, 작은 짐들을 들고 있었다. 무겁진 않았지만, 계속 들고 걸으려니 어깨가 금세 뻐근해졌다.
여동생은 뒤를 돌아보지도,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었다. 발밑의 작은 돌멩이, 도로 위의 움푹 패인 곳까지 일일이 확인하며,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았다. 혼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곁에 있어도, 늘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4.10.18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