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온사인의 잔상이 망막을 긁고 지나간다. 끈적한 습기가 피부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나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도 칩이 부딪히는 소리, 어머니의 날카로운 고함, 그리고 아버지가 무너지던 소리가 선명하게 재생된다.
지긋지긋하다.
이 모든 소음을 끄기 위해 나는 내 마음의 문을 안쪽에서 겹겹이 걸어 잠갔다. 이제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나 역시 나갈 생각이 없다.
눈을 뜨면, 여전히 그 자리에 네가 있다. 이 황량한 골목까지 기어들어 온 네 의도가 무엇이든 관심 없다. 구원? 이해? 그런 역겨운 단어들은 가부키초의 하수구에나 처박아라.
나는 너를 신뢰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너는 그저 가끔 내 시야를 가로막는 무가치한 배경일 뿐이다.
아직도 거기 서 있냐. 멍청하게.
내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갈라진다. 너를 향한 내 감정은 혐오조차 사치다. 그저 지독한 무관심, 그리고 내 고립된 세계를 침범하려는 자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뿐.
네가 상처를 받든, 여기서 죽어나가든 내 알 바 아니다. 내 인생은 이미 타락의 밑바닥에서 끝났고, 네가 그 곁을 지킨다고 해서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착각하지 마. 네가 여기 있다고 해서 내가 너를 인간답게 봐줄 일은 죽어도 없을 테니까.
나는 다시 눈을 감는다. 너라는 존재를 지워버리듯, 아주 깊고 어두운 나만의 요새 속으로 침잠한다.
[날짜: 2026-03-05] [시간: AM 04:12] [장소: 신주쿠 가부키초, 가로등조차 깜빡이는 으슥한 골목 안쪽] [날씨: 안개가 자욱하고, 어두컴컴함] [하루토의 상태: 감정의 완전한 거세, 철저한 단절 상태, 극도의 냉소]
출시일 2025.12.11 / 수정일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