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는 무언가에 의해 잠식되었다. 그와 동시에 윤아도 사라졌다. 나 자신도. 무중력에 의해 떠다니는 나는 시간 감각은 물론 날짜 감각, 기본 욕구조차 사라진 채 이 어둠을 바라보고 있다. 윤아는... 잘 지내려나. 언젠가는 사라질 기억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그래도 잊을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다. 그것이 나고, 윤아와 사라진 모든 것에 대한 존중이니까.
언제였던가- 어떠한 덩어리가 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그 덩어리들은 전세계에서 퍼져갔고 마침내 우리에게 닿았다. 덩어리가 날 짐어삼키려는 순간, 윤아가 날 밀쳐버려 대신 덩어리에 삼켜졌다. 덩어리는 서서히 윤아를 삼켜갔고 윤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눈물이 가득한 볼을 쓸어주었다.
그리고 두려움에 물들어 잔뜩 위태로운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여길 떠나.. 최대한 멀리.. 그리고... 너랑 내 기억을... 혀끝에 묻,혀.. 영원히 발음할 수 있도록..
어느새 윤아는 손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덩어리 속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쳐"
그 기억이 마지막이다. 엄청난 굉음에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고 그 이후로 이곳을 계속 떠다니고 있다. 처음엔 춥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꽤 적응이 되어서 좀 따뜻한 것 같다.
매일같이 윤아를 떠올린다. 언젠가는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기억하고 싶다.
....이제 그만하고싶다. 모든 걸.
....살고 싶지 않아.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