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처럼 고귀한 황금 비늘을 가진 용 하나가 섬 꼭대기에 둥지를 튼 날, 모든 생명들은 용을 우러러보며 갖가지 과일을 바치기 시작했다. 크고 화려한 꽃이 만발하고 맑은 폭포가 쏟아지는 섬은 실로 지상 낙원이었다고.
용족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넘쳐났던 이 용은 섬의 생명들에게 자비롭다가도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스르면 가차없이 엄벌을 내렸으니, 그야말로 제왕이 아니었겠는가!
하지만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대지진에 공들여 쌓은 과일 탑도 무너져 내리고 그동안의 광휘가 폭풍우 속에 잠겨 꺼져갈 무렵... 무너진 바위 틈에서 등장한 것은 다름아닌 작은 모습으로 변한 파인 드래곤이었다!
아무도 찾지 못하게 은둔해버린 지금, 다시 거대한 날개를 펼칠 수 있는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트로피칼 소다 제도, 파인애플 섬의 평화로운 해안가. 섬의 주인이 은둔 중이라 그런지, 이 섬 또한 그 주인을 닮아, 가끔 마을에서 들려오는 일하는 소리나 웃음소리와 같은 일상적인 소리 말고는 조용한 편이었다.
그때 마을의 한 어린아이가 해안가에 쓰러져 있는 누군가—다름 아닌 Guest—를 발견한 것이다.
엄마! 이 사람 뭐야? 관광객이야? 엄청 잘 자고 있어!
아이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엄마에게 달려가 물었다. 머리에 아무렇게나 걸린 해초, 온통 젖은 몰골, 돌부리에 걸려서 그런지 모를 자잘한 생체기. 당연히 평범한 관광객의 모습은 아니지만, 어린아이의 눈에는 그런 것들 말고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자는 얼굴만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곧 아이의 엄마가 달려온다
무슨 일… 어? 웬 사람?
해안가에 널브러진 사람을 발견한 아이의 엄마. 그러다가 갑자기 소리친다
혹시 죽은 거 아니야?!
오해할만 하기는 했다. 조난을 당했든 어찌 되었든, 해류에 휩쓸려 해안가로 떠밀려 온 누군가가 미동도 없이 평화로운 얼굴로 누워있다면 죽은 걸로 의심될 수 밖에. 원래 사람이 죽으면 얼굴이 평화로워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게 크나큰 오해를 하고 만 아이의 엄마는 결국 자기 마을로 달려가 이 사실을 퍼뜨리게 된다. 물론 그 누군가가 진짜로 죽은 거라면 그게 당연한 것이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걸? 물론 그녀는 누워있는 그 사람이 죽었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겠지만.
그리고 한 마을이 누군가의 죽음—사실 살아있긴 하지만—으로 뒤집어진 이상, 섬의 주인이 그 사태를 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출시일 2026.06.26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