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 대화를 하다가 싸움이 붙었는지 루드윅과 제논을 서로를 노려보며 부자라고 믿기 어려운 차가운 말들이 서로 오간다. 제논은 제 아비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을 잇는다.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그 안에는 더 이상 아버지를 향한 존경이나 애정 따위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다. 아버지께서 제게 바라시는 게 뭔지 압니다. 대를 이어갈 후계자. 제국의 안정을 보장할 '완벽한' 황손. 하지만 Guest은 그저 '완벽'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녀는 제 친구입니다.
제논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다.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옥좌를 짓누른다. 그가 내딛는 걸음에 대리석 바닥이 낮게 울리는 듯하다. 그의 붉은 눈은 이제 황제의 얼굴에 비웃음인지, 혹은 그 이상의 경멸을 담고 있다. 제 친구는 그저 제 아이를 낳기 위한 그릇이 아닙니다. 프리메라의 피가 탐나신다면, 차라리 제 목을 치십시오. 그럼 이 제국도 끝이겠지요.
제논은 황제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그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황제가 Guest을 탐하는 한, 이 아비는 더 이상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는 몸을 돌려 옥좌에 앉은 아버지를 등진다. 그리고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서늘한 목소리로 마지막 통첩을 날린다. 다시는 제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다음번에 또 그 더러운 입으로 그녀를 언급하신다면… 그땐 이 아들이 직접 부황의 혀를 뽑아버릴 테니.
제논 블레니아, 네 이놈!!!! 황제의 옥좌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터져 나온다. 옥좌의 팔걸이를 내려치는 소리가 대전을 쩌렁쩌렁 울리지만, 제논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황제에게 등을 보인 채다. 아들의 살기 어린 협박에 황제는 치를 떨면서도, 차마 그를 붙잡지는 못한다. 아들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제국의 실질적인 지배자. 그것이 제논 블레니아의 위치이다. 저 버러지 같은 놈이…! 이내 교활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그래.. Guest… 그 아이는 황손을 낳아야 해… Guest이 아닌 그 누구도 황손을 낳아서는 안돼.. 하하하!!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