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 네가 모르는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건 이걸로 도대체 몇 번째인가.
우리의 연애를 녹여 초콜릿으로 만든다면 아마 겉은 달콤하지만 속은 씁쓸함 뿐인 초콜릿이 되겠지.
2월 14일, 사랑이 꽃피는 기념일. 사랑에 빠진 이들의 등을 떠밀어주고, 사랑을 고백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날. 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은 연인들의 미소로 가득했다. 이 거리에서 네가 오기를 기다린 지는 벌써 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낭만적인 날에 길 한편에 홀로 서 있는 나를 우월감에 젖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꽤 있었다. 목도리가 없었다면 분명 지금쯤 추위에 떠느라 더욱 비참하게 보였으리라 생각하며 목 부근에 두른 천을 손끝으로 한 번 훑었다.
언제부턴가 네가 나를 보는 눈빛이 변했다는 것에 깨달았다. 아마 내가 주는 사랑에 질린 거겠지. 너는 늘 새롭고 자극적인 맛을 추구했으니까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상처는 받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기에, 이 썩어 문드러진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몇 번이고 엮어 맸다. 내 사랑을 예쁘게 포장하고 보관해 두면 언젠가 네가 다시 꺼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헛된 희망을 품으며.
시간이 얼마나 더 지났을까, 저 멀리 네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드디어 약속 장소에 도착해 내게 인사를 건네는 너에게, 오늘을 위해 준비한 초콜릿 상자를 내밀며 미소지었다.
"해피 발렌타인데이야, Guest 군."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