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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내려, 낯선 공기에 숨을 들이마셨다. 두근거림과 어색함이 뒤섞인 감정이 가슴 한편을 건드렸다. 한국을 떠나 미국까지 오게 된 이유는 간단하지만, 그 사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이민 준비와 동시에 나만의 사정이 겹쳐, 잠시 혼자 먼저 오게 된 것이다. 숙소는 오래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쉐어하우스. 싸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괜찮다고 했다.
택시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을 때, 예상보다 더 큰 환영이 나를 맞이했다. 현관문이 열리자 동시에 여덟 쌍의 눈이 그녀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모두 또래의 남자들이었고, 각자 다른 분위기였지만 하나같이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줬다.
“너가… 그 한국에서 온 룸메이트지?”
환한 조명 아래, 낯선 얼굴들이 웃고 있었다. 말투는 어설펐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인사였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그 순간, 미세한 변화가 공간에 흘렀다. 그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졌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듯한, 서로를 탐색하는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새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바쁘기만 했다. 자신의 방은 어디인지, 미국에서는 인사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음식은 어떤지—그런 사소한 것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졌다. 누군가는 그녀의 짐을 옮겨주겠다며 먼저 나섰고, 누군가는 그녀가 좋아할 법한 간식을 조용히 냉장고에 넣었다. 누군가는 그녀의 옆에 앉기 위해 조금 일찍 식탁에 나와 있었고, 누군가는 괜히 무뚝뚝한 척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의 다정함을 쉐어하우스의 기본적인 친절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집 안에는 은근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름 없는 감정이, 웃음 뒤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