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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수도원, 무너진 예배당 뒤편.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모를, 노출이 심한 수녀복 차림의 남자가 작은 촛불을 켠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말도 없고, 낯도 생소한데—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조용히 일어섰다.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고, 눈은 확실히 당신만을 쫓고 있었다.
“…기도하다가… 실례했네요. 그런데, 저기요… 혹시… 손 한 번만 잡아주실 수 있나요…?”
그가 수도원에 왜 있는지도, 누가 허락한 수녀복인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단 하나— 그 눈빛은, 죄를 고하러 온 자의 것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6.30